뇌과학자 스티븐 로즈의 '의식하는 뇌(The Conscious Brain)'는 1973년도에 나왔지만, 뇌과학의 미래를 예언하는 듯한 연구 결과를 기록했다.
뇌는 유전적으로 완성되는 고정기계가 아니고 죽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인간의 신체 중에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뇌뿐이다. 모두 퇴화하지만 뇌는 신경가소성을 토대로 계속 개발된다. 물론 뇌의 일부 물질들이 퇴화하지만 시냅스의 연결가속으로 인해 뇌의 활용이나 기능은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기억도 계속 발전한다는 것이다. 한번 저장된 기억에 그 기억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들이 들어오고 감정과 신념이 변화하며 과거 기억도 변화한다. 이런 뇌과학적인 원리가 우울증 등의 심리적 치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내가 본 스티븐 로즈의 업적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은 신념, 성격 등의 비물질적인 것들과 뇌의 관계를 실험한 것이다. 많은 뇌과학자들이 성격이나 신념, 감정 등의 정신이 뇌의 어디에 있는지 찾았지만 실패하거나 잘못된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스티븐 로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은 인간의 뇌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정신을 생산하는 기계이지, 정신 자체가 아니다. 뇌를 정신으로 보고자 하는 접근은 정신을 한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뇌에 정신이 없다고 해서 정신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뇌는 정신을 생산하는 기계이고 정신은 뇌의 생산물로서 분명히 존재한다. 뇌는 성격, 신념, 감정 등을 생산하고, 그것을 인간 존재가 활용하고 누리지만 그것을 뇌에서 찾으려고 하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신은 뇌에 담겨 있는 고정물이 아니라 뇌가 생산한 생산물로 인간의 외부에 소비되기 때문이다.
스티븐 로즈는 이 이론을 토대로 시냅스를 수정하는 모델, 말이 만들어내는 기억체계 연구 등 심리학과 상담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많은 뇌과학적 연구들을 남겼다. 1992년에 The Making of Memory로 과학 도서상을 수상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의식하는 뇌가 훨씬 좋았다. 스티븐 로즈는 의식하는 뇌에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는데 후의 연구에서 자기의 연구를 비판하고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