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정신분석가이자 분열분석(Schizoanalysis)을 창시한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는 트라우마를 사건(Event)으로 보았다.
사건은 이전에 없던 것을 발생시킨다. 즉 변화를 가져온다. 사건은 사건 이전의 정체성을 흔들고 다른 것이 되는 통로를 연다. 분열분석 개념에서는 사건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없다면 그것을 사건이라고 하지 않는다. 미시적으로라도 반드시 어떤 변화가 발생해야 사건이라고 본다.
사건은 감각적, 감정적, 신체적, 의식적, 의미적인 다양한 층위를 변화시킨다. 사건을 통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고통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통찰이다. 사건은 익숙했던 감각과 감정의 교란, 의미의 전복, 사회적 질서 체계를 전환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겪는 사람들은 사건에 직면해서 분석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할 필요가 있다.
트라우마는 사건적 성격을 갖는다. 트라우마로 인해 변화를 경험하고 다시 트라우마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전쟁 같은 빅 트라우마뿐 아니라, 부모나 연인과의 애착 문제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스몰 트라우마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건은 부정적이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 사건이 우리를 불행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반대로 사건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사건으로 인해 통증을 얻었다면 새로운 사건을 통해 행복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사건은 전환점 또는 탈주선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변화인 것이지 불행을 만든다는 의미에서의 변화가 아니다.
사건은 상실을 경험하는 아픔으로의 변화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사건은 우발적 사건으로서 ‘Accident’의 의미만이 아니라, 잠재성(Virtuality)을 현실화하고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인 것으로 출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성으로서의 ‘Event’이기도 하다. 분열분석에서는 사건으로 인한 충격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사건화(Eventalization)’하느냐가 핵심이다. 부정적 전환이 가능하다면 긍정적 전환도 가능하다.